피겨스케이팅을 대학생 때 3년간 취미로 해본 뒤, 성인 발레로 전환해 15년째 배우고 있는 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피겨와 발레의 차이점, 발레를 선택한 이유, 전환 과정에서 느낀 현실적인 어려움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피겨를 접고 새로운 운동을 찾고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거예요.

피겨를 그만두게 된 이유, 그리고 발레를 시작한 계기
대학교 때 취미로 3년 정도 피겨스케이팅을 했습니다. 아이스링크에서의 활강과 점프, 회전을 배우며 그 우아함에 매료되었죠.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학업과 아르바이트, 이후에는 취업 준비로 바쁘게 지내면서 피겨를 지속하기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아이스링크는 접근성과 비용 면에서 꾸준히 다니기에 부담이 컸습니다. 장비 유지비도 만만치 않았고, 연습 가능한 시간도 제한적이었죠.
그렇게 피겨를 놓게 되니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공허하더라고요. “이런 정적인 예술 운동을 다시 하고 싶은데, 좀 더 현실적인 운동은 없을까?” 생각하던 중 직장에서 복지 프로그램으로 발레 수업을 제공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릴 때 잠깐 해본 기억도 떠올랐고, 피겨와 비슷한 예술성과 동작이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어요.
그렇게 저는 성인이 된 후 본격적으로 발레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어느덧 15년이 흘렀습니다. 처음엔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막상 해보니 발레는 피겨와는 전혀 다른 운동이었어요. 하지만 그 차이점이 오히려 새로운 자극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발레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피겨와 발레의 결정적인 차이점들
첫 번째로 가장 크게 다가온 차이는 바로 바닥이었습니다. 피겨는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날(blade)로 움직이는 반면, 발레는 마찰이 있는 나무 바닥 위에서 발레화 하나로 섬세하게 움직입니다. 처음엔 바닥이 미끄럽지 않아서 오히려 불편했고, 점프 후 착지 시 충격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반복하면서 점점 바닥을 딛는 안정감이 편안하게 다가왔어요.
점프의 방식도 완전히 다릅니다. 피겨는 속도를 붙이고 날의 톱니를 활용해 도약하지만, 발레는 거의 정지 상태에서 하체 근력만으로 뛰어야 하죠. 그래서 처음엔 체중을 실어 점프하는 게 너무 어렵고 어색했어요. 특히 샹주망(changement)처럼 작고 반복적인 점프는 전혀 익숙하지 않아, 하체 근육통이 일상이었습니다.
회전도 또 다른 세상입니다. 피겨의 스핀은 날 위에서 회전 중심을 잡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는 반면, 발레의 피루엣은 볼(ball) 위나 토슈즈 끝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돌아야 하기에 훨씬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피겨에서는 5바퀴 이상 돌 수 있었는데, 발레에서는 한 바퀴 피루엣조차 처음엔 불가능했어요.
복장과 장비의 차이도 큽니다. 피겨는 스케이트화 하나에만도 수십만 원이 들고, 날 연마나 보호 장비 등 유지비가 많이 드는 반면, 발레는 시작할 때 필요한 준비물(레오타드, 발레화, 타이즈 등)을 포함해도 10만 원 이내에서 가능합니다. 이 접근성과 경제성은 직장인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 하나는 부상의 양상입니다. 피겨는 날카로운 날과 미끄러운 얼음이라는 특성상 낙상, 베임, 발목 부상이 흔하지만, 발레는 오히려 과사용으로 인한 관절통, 근육 뭉침이 더 많습니다. 저도 피겨 할 땐 넘어져서 크게 다친 적도 있었지만, 발레는 반복 훈련으로 발목 부상이 온 적이 한 번 있었을 뿐이에요.
피겨 경험이 발레에 도움이 된 점과 다시 배워야 했던 것들
피겨 경험이 전혀 쓸모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음악성과 감정 표현력은 큰 도움이 되었어요. 피겨에서 음악에 맞춰 감정을 표현하고, 타이밍에 맞춰 동작을 연결하는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발레에서도 음악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감각은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피겨에서 배운 균형감각 덕분에 발레에서도 아라베스크나 아티튀드에서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는 데 유리했어요. 특히 센터에서 이동하면서 동작을 수행할 때 피겨의 공간감각이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피겨식 몸의 사용 습관은 오히려 발레에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피겨는 스케이트 날을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발의 세부 조작보다는 무릎과 골반을 쓰는 동작이 많지만, 발레는 발끝, 발바닥의 섬세한 사용이 필수예요. 플리에(plie), 탕듀(tendu) 같은 기본 동작에서 피겨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을 써야 했고, 턴아웃 같은 개념은 처음부터 다시 익혀야 했습니다.
특히 발레는 근육을 천천히 길게 늘리는 동작과 절제된 움직임이 많다 보니, 피겨에서 익숙했던 빠른 속도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습니다. 처음 1~2년은 피겨의 습관을 버리는 데 시간이 걸렸고, 이후에야 비로소 발레 특유의 움직임에 익숙해질 수 있었어요.
피겨에서 발레로 넘어가려는 분들께
피겨를 그만두고 발레를 시작하려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처음부터 새로 배우는 마음으로 임하세요. 피겨에서 얻은 감각은 분명 발레에 도움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대부분 새롭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발레는 장비 부담이 적고, 학원 접근성도 좋고, 무엇보다 꾸준히만 하면 누구나 발전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저는 박치에 몸치였지만, 15년을 천천히,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초중급 수준이지만, 즐기면서 배우고 있어요.
또한 발레는 발표회 같은 부담 없이도 즐길 수 있는 형태가 다양합니다. 저처럼 작품반 수업을 통해 연습 영상만 남기는 방식도 있고, 문화센터에서 편안하게 수업만 듣는 분들도 많아요.
무엇보다, 피겨에서 느꼈던 그 ‘예술적인 즐거움’은 발레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지금, 다시 몸을 움직이고 싶다면
피겨를 놓았지만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분들께, 발레는 정말 좋은 선택입니다. 비용과 접근성, 부상 위험, 나이의 제약까지 고려했을 때, 직장인이나 성인에게 더 현실적인 운동이기도 하죠.
음악에 몸을 싣고 싶은 마음, 무언가를 꾸준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시작할 타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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